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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N : 1225-6692(Print)
ISSN : 2287-4518(Online)
Journal of the Korean earth science society Vol.42 No.1 pp.118-131
DOI : https://doi.org/10.5467/JKESS.2021.42.1.118

Middle School Gifted Students’ Evidence-Based Reasoning about the Shape of a Planet’s Orbit

Phil Seok Oh*
Department of Science Education, Gyeongin National University of Education, Gyeonggi-do 13910, Korea
*Corresponding author: philoh@ginue.ac.kr Tel: +82-31-470-6242, Fax: +81-31-470-6249
January 3, 2021 February 13, 2021 February 24, 2021

Abstract


The purpose of this study was to investigate the characteristics of evidence-based reasoning practiced by middle school gifted students. Data were collected through an online task in which middle school students in gifted education institutes of a university located in the metropolitan area, Korea, performed inquiry about the shape of a planet’s orbit. The students were given data of Mercury’s greatest elongations and asked to draw the planet’s orbit with the data. Each of the students was also asked to provide his or her hypothesis of Mercury’s orbit before the drawing and to reason about the orbit again using his or her own drawing as evidence. The content analysis of the students’ reports revealed 5 different types of judgement about the shape of Mercury’s orbit, 4 types of reasoning about the hypothesis and evidence, and the characteristics of evidence-based reasoning within the judgement types. Based upon the analysis results, the importance of proper interpretations of evidence in evidence-based reasoning, the core role of the theory-evidence coordination, and the usefulness of working with multiple hypotheses were discussed. In addition, implications for earth science education were suggested.



행성 궤도의 모양에 관한 중학교 영재 학생들의 증거 기반 추론

오 필 석*
경인교육대학교 과학교육과, 13910, 경기도 안양시 삼막로 155

초록


본 연구의 목적은 중학교 영재 학생들이 수행한 증거 기반 추론의 특징을 조사하는 것이었다. 연구를 위한 자료 는 수도권에 위치한 한 대학교의 영재 교육원에서 중학교 영재 학생들이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한 탐구 과제를 통해 수 집되었다. 학생들에게 수성의 최대 이각을 관측한 자료를 제공하고 이 자료를 이용하여 수성의 공전 궤도를 작도하게 하였다. 또, 작도 전에 수성의 궤도에 대한 자신의 가설을 진술하게 하였으며 작도 결과를 증거로 삼아 수성 궤도의 모 양을 추론하게 하였다. 학생들이 제출한 보고서의 내용을 분석하여 수성의 공전 궤도 모양에 관한 판단 유형을 5가지로 분류하고 가설 및 증거에 관한 추론 유형을 4가지로 분류한 후, 판단 유형에 따른 증거 기반 추론의 특징을 정리하였다. 분석 결과를 토대로, 증거 기반 추론에서는 증거에 대한 적절한 해석이 중요하고, 이론과 증거의 조화가 핵심적인 역할 을 하며, 복수의 가설을 상정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음을 논의하였고, 지구과학 교육을 위한 시사점을 제안하였다.



    서 론

    2015년에 개정된 우리나라의 새로운 교육과정에서 는 학교 교육 전 과정을 통해 기르고자 하는 핵심 역량을 제시하고, 과학을 비롯한 각 교과의 교육과정 에서도 교과의 특성을 반영한 핵심 역량을 정의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The Ministry of Education, 2015a, b). 교육과정에 적시된 과학과 핵심 역량은 총 5가지로, 이 중 세 가지 항목에서 공통적으로 증 거를 기반으로 하는 추론을 강조하고 있다. 즉, 과학 과 교육과정에서는 ‘과학적 사고력’을 주장과 증거의 관계를 탐색하는 과정에 필요한 사고라고 정의하면 서, 과학적으로 사고하는 데에는 증거를 토대로 합리 적이고 논리적으로 추론하는 능력이 포함된다고 설명 하고 있다. 또, 이러한 과학적 사고력은 “다양한 방 법으로 증거를 수집, 해석, 평가하여 새로운 과학 지 식을 얻거나 의미를 구성해 가는 능력”(The Ministry of Education, 2015b, p. 4)을 뜻하는 ‘과학적 탐구 능력’의 기초가 된다고 말하고 있으며, ‘과학적 의사 소통 능력’을 발휘하는 데에도 “증거에 근거하여 논 증 활동을 하는 능력”(p. 4)이 포함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렇게 과학 교육과정에서 증거 기반 추론 (evidence-based reasoning)을 강조하는 까닭은 증거를 기반으로 하는 과학의 학문적 특성을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학교 과학 교육 현장에서 증거 기반 추론 에 대한 교육이 수월하게 이루어져 학생들이 과학과 의 핵심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증거 기반 추론의 특징에 대해 연구하고 그 지도 방향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증거를 기반으로 하 는 추론은 항상 옳고 좋은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져 볼 수 있다. 왜냐하면, 과학사(科學史)에는 많은 주장 들이 증거를 바탕으로 제안되었지만 결국에 옳지 않 은 것으로 판명된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 한 사례들은 증거 기반의 추론이 과학적으로 타당한 결론에 이르는 데 기여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증거에 기초하여 판단하는 것 이상으로 복잡한 과정을 거쳐 야 한다는 점을 암시해 준다. 따라서 효과적인 과학 교육을 위해서는 증거 기반 추론이란 어떤 의미이고, 실제로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가에 대한 기초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과학 교육 분야에서 증거 기반 추론은 주로 논변 활동(argumentation)과 관련지어 연구되고 있다. 예컨 대, Jimenez-Aleixandre et al.(2000)은 논증(argument) 에 관한 Toulmin의 틀을 이용하여 학생들의 논증에 서 무엇이 증거로서 역할을 하는지 조사하였다. 또, Brown et al.(2010)은 자신들의 새로운 틀을 이용하 여 증거로부터 과학적인 설명을 구성하고 증거를 바 탕으로 과학적인 주장을 지지하는 방식에 대해 분석 한 바 있다. 하지만 논변 활동은 그 자체로도 매우 복잡한 행위로서, 증거 기반 추론의 특성을 구별하여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데에는 제한점이 있다(Optiz et al., 2017).

    논변 활동에 비해 증거 기반 추론과 보다 밀접하 게 관련된 과학 교육 분야의 연구로는 좀 더 이른 시기에 이루어진 증거 평가(evidence evaluation)에 관한 연구를 꼽을 수 있다. 증거 평가란 학생의 선개 념과 증거와의 상호작용을 뜻하는 것으로, 개념 변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정보들이 학생의 개념을 지지하 거나 반증하는 증거의 역할을 한다(Park et al., 1993). 따라서 증거 평가에 관한 연구에서는 학생들이 외부 로부터 주어진 증거에 어떻게 반응하여 자신의 개념 을 유지하거나 수정, 또는 폐기하는지 살펴보곤 하였 다. 대표적으로 Chinn과 동료들(Chinn and Brewer, 1998;Chinn and Malhotra, 2002)은 자신의 생각에서 벗어나는 이상 자료(anomalous data)에 대한 학생들 의 반응을 조사하여 8가지 유형으로 분류하였다. 이 들 유형은 각각 증거 무시하기, 증거 거부하기, 증거 의 타당성에 관한 불확실성 주장하기, 현재 이론의 범위에서 증거 제외하기, 증거를 미결로 처리하기, 증거 재해석하기, 증거를 받아들이고 현재의 이론을 지엽적으로 변경하기, 증거를 받아들이고 이론을 변 화시키기에 해당하는 것으로, 이러한 반응들은 대부 분 새로운 증거를 토대로 개념 변화가 일어나는 것 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또, 우리나라에서는 Park 등(Park and Kim, 1998;Park et al., 1993, 2001)이 물리 교육의 맥락에서 증거 평가에 관한 다 양한 연구를 수행하여 증거 기반 추론의 특징과 관 련된 기초적인 정보를 제공하였다. 예를 들어, 학생 들은 제시되는 증거가 자신의 선개념과 일치하는 경 우보다 불일치하는 경우에 좀 더 많은 비율로 증거 에 기초한 반응을 보이곤 한다(Park et al., 1993).

    하지만 대개의 증거 평가 연구는 학생의 오개념이 과학적인 증거를 해석하는 데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 을 찾아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제한점이 있 다. 이와 더불어 많은 연구들이 발달 심리학이나 인 지 심리학 연구 상황에서 주로 사용되는 임상 면접 의 방법으로 이루어져 실제 과학 탐구 활동의 맥락 을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 또한 지니고 있다. 이러한 한계점들을 고려할 때 최근에 이루어진 Ha 등(Ha, 2016;Shin et al., 2018)의 연구는 주목해 볼 만하다. 우선 Ha(2016)는 인간이 생득적으로 가지고 있는 비 합리적인 사고의 습관을 포괄적으로 인지 편향 (cognitive bias)이라 파악하고, 일찍이 증거 평가 연 구에서 학생들이 보인 경향과 같이 자신의 설명을 지지하는 사례를 중심으로 증거를 수집하는 경향 또 한 인지 편향의 한 종류인 확증 편향에 속한다고 지 적하였다. 즉, 확증 편향은 증거를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활동에서 주로 나타나는 것으로, 증거 기반 추론에서 유의해야 할 한 가지 특징이라고 할 수 있 다. 또, Ha와 동료들(Shin et al., 2018)은 후속 연구 를 통해 현재 대학원에서 과학 또는 과학기술 연구 를 수행하고 있는 학문 후속 세대들을 대상으로 그 들의 연구 수행 과정에서 발견되는 인지 편향 사례 를 조사하고 과학 교육을 위한 시사점을 이끌어 내 었다. 이들의 연구는 증거 기반 추론과도 밀접히 관 련된 인지 편향의 의미를 실제 사례를 포함하여 다 각도로 탐색하고 그 결과를 학교 과학 교육에 반영 하고자 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본 연구는 위와 같은 Ha 등의 선행 연구로부터 영 감을 얻었으며, 선행 연구자 및 본 연구에서 다루고 자 하는 탐구 주제와 관련된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수행되었다. 특히 본 연구에서는 중학교 영재 학생들 을 연구 참여자로 하여 그들이 수성의 최대 이각 (greatest elongation) 자료를 이용하여 수성의 공전 궤도를 작도하고 자신의 작도 결과를 증거로 활용하 여 행성 궤도의 모양을 추론하는 탐구 과제에서 학 생들이 수행하는 증거 기반 추론의 특징을 분석하였 다. 또한, 분석 결과를 토대로 과학에서 증거 기반 추론의 의미와 지구과학 교육을 위한 시사점을 논의 하였다.

    연구 방법

    자료 수집

    본 연구를 위한 자료는 2020학년도에 수도권에 위 치한 한 대학교의 영재 교육원에서 공부하고 있는 중학교 영재 학생들의 탐구 과제를 통해 수집되었다. 학생들에게 주어진 탐구 과제는 행성 궤도의 모양에 관한 것으로, 지구에서 관측한 수성의 최대 이각 자 료를 이용하여 학생들이 수성의 공전 궤도를 작도하 고 수성의 궤도가 어떤 모양인지 추론하는 것이었다. 이 과제를 중학교 영재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행하도 록 한 것은 행성의 이각이나 공전 궤도 모양 등이 중학생들에게는 도전감을 줄 수 있는 개념으로, 일반 학생들보다 대체로 인지적인 수준과 문제를 해결하려 는 태도가 우수한 영재 학생들에게 적합하다고 판단 하였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수성의 궤도 탐구’라고 이름 붙여진 본 과제는 한 사범대학 지구과학교육과의 미간행 실 험서에 제시된 활동을 수정하여 만들어졌다. 원래 실 험서의 활동에서는 20개월 여 동안 공전 궤도상 12 개의 서로 다른 위치에 있는 지구에서 관측한 수성 의 최대 이각 자료를 제시한 후, 각 관측일에 지구와 수성의 위치를 표시하고 12개 수성의 위치를 연결하 여 그 공전 궤도를 작도하도록 하고 있다. 작도를 위 해서는 행성의 궤도를 원 궤도로 가정하였는데, 이러 한 가정은 행성의 공전 궤도를 그려 궤도의 상대적 인 크기를 알아보는 중·고등학교의 오래 된 탐구 활 동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예비 지구과학 교사들을 위한 본래의 활동에서는 단순히 행성 궤도의 상대적인 크기를 알아보는 것이 아니라, 수성의 궤도를 작도했을 때 태양의 위치가 중심에 있지 않음을 확인하고 수성의 장반경과 이심률을 계 산한 후, 이를 케플러 법칙으로부터 얻은 값과 비교 하도록 하고 있다. 즉, 본래의 활동은 서로 다른 방 법으로 구한 행성의 공전 궤도의 특징을 비교하여 관련 과학 개념 및 그 지도에 관한 교수법적인 안목 을 얻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활동 에서 작도를 위해 행성의 궤도를 잠시 원으로 가정 한 것은 실제 행성의 공전 궤도 모양이 타원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쟁점이 될 수 있었다. 이와 관련하여 본 연구에서는 자료 분석 과정 중에 사범대학에 교 수로 재직 중인 천문학자에게 자문하였다. 우선, 자 문을 해 준 천문학자 또한 학생들을 위한 탐구 활동 에서 작도의 편의를 위해 행성의 궤도를 원이라고 가정하는 사실에 대해 잘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수성 궤도의 이심률이 태양계 행성들 중에서 가장 크고 그 값 자체도 큰 편이므로 작도를 통해 수성의 궤도를 타원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의견 을 제시해 주었고, 다만 그 대상이 화성이라면 상대 적으로 그렇게 판단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첨언해 주었다.

    이상과 같은 원래의 특징을 고려하여 해당 영재원 의 수업에서는 중학생들이 보다 쉽게 수행할 수 있 도록 활동을 수정하고, 이를 영재 학생들을 위한 탐 구 과제로 제시하였다. 먼저, 학생들에게 수성의 공 전 궤도가 어떤 모양이라고 생각하고, 왜 그렇게 생 각하는지, 또 그 궤도 모양은 어떻게 정의되는지를 물어 행성의 궤도에 관한 학생들의 가설을 기록하게 하였다. 즉, 학생들은 행성의 궤도 모양과 그것의 기 하학적인 정의에 대한 자신의 선개념을 바탕으로 수 성의 공전 궤도 모양에 대해 생각하고 그 결과를 자 신의 가설로 상정하였다.

    다음으로 Fig. 1과 같이 지구에서 관측한 수성의 최대 이각 자료를 표로 제시하고 수성 궤도의 작도 를 위한 밑그림을 제공하면서 작도 요령을 설명하였 다. 이때는 행성의 이각과 최대 이각에 관한 과학적 인 개념을 소개하였고, 다만 표에 주어진 각각의 값 에서는 이 둘을 구별할 필요가 없으므로 이각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 또, 예비 지구과학 교사들을 위 한 본래의 활동에서는 공전 궤도 상의 지구의 위치 를 직접 찾아 나타내도록 되어 있었지만, 중학생들을 위한 탐구 과제의 밑그림에서는 지구의 위치를 미리 표시해 주어 작도를 쉽게 할 수 있도록 하였고 작도 를 위해 지구의 공전 궤도를 원이라고 가정한다는 점을 알려주었다. 따라서 학생들은 밑그림에 예시된 것과 같은 방법으로 태양 주변 12곳에 수성의 위치 를 표시한 후 모든 위치를 부드러운 폐곡선으로 연 결하여 수성의 공전 궤도를 나타내면 되었다. 만약 학생이 작도 요령에 따라 수성의 공전 궤도를 잘 작 도하였다면 그 모양이 원에 가깝지만 태양이 중심에 있지 않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고, 이 증거로부터 행 성의 궤도가 원이 아닌 타원이라고 생각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즉, 이 탐구 과제는 행성의 궤도 모 양에 관한 올바른 해답을 유도하거나 정교한 과학 개념을 지도하는 데 있지 않았고, 관련 개념에 대한 과학적인 관심을 유도하도록 구성되어 있었다. 이 점 을 고려하여 탐구 과제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학생들 이 직접 수성의 궤도를 작도하여 증거를 얻은 후에 자신이 작도한 수성의 공전 궤도는 어떤 모양이라고 할 수 있으며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자신의 가설과 비교했을 때 일치한 점과 불일치한 점은 무엇인지, 수성의 공전 궤도 모양에 대한 자신의 처음 생각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차례로 기록하게 하였고, 그러 한 기록 내용을 통해 학생들의 사고 과정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 과제는 선행 연구에서 대학생들의 기하 개념을 알아보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기도 하였으며(Shin et al., 2007), 해당 영재 교육원에서는 이미 여러 차 례 중학교 영재 학생들을 위한 수업에서 활용한 바 있다. 다만 2020년에는 대부분의 수업이 비대면 방식 으로 진행되었고, 본 과제 또한 비대면 방식으로 수 행되었다. 사전 교육으로 행성의 이각과 최대 이각에 대해 영상으로 설명하였고, 학생들이 과제를 완성하 여 제출한 후에는 다시 영상으로 행성의 공전 궤도 에 관한 과학적인 개념을 설명하였다. 총 28명의 학 생들이 탐구 과제를 완료하여 보고서를 제출하였으 며, 이 보고서를 본 연구를 위한 자료로 활용하였다. 본 논문에서 이 학생들은 S1 (Student 1)~S28로 부 호화하여 나타내었다.

    자료 분석

    본 연구의 목적은 행성의 공전 궤도 모양에 관한 탐구에서 학생들이 수행한 증거 기반 추론의 특징을 파악하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자료의 분석은 해당 과제에 대한 학생 보고서의 내용을 분석하여 서로 다른 유형으로 범주화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먼저, 학생들의 보고서를 읽어가며 수성의 공전 궤 도 모양에 대한 판단 유형을 I~V의 5가지로 분류하 였다. 이때 ‘판단 유형 I’은 처음에 수성의 공전 궤도 모양이 타원이라는 가설을 상정하고 수성의 궤도를 직접 작도해 본 후에도 타원이라고 확정한 경우를 의미한다. 또, ‘판단 유형 II’는 초기에는 원이라는 가 설을 가지고 있었지만 작도 후에 타원이라고 판단한 경우를 뜻한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판단 유형 III’ 은 타원에서 원으로, ‘판단 유형 IV’는 원에서 원으 로 판단한 경우를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판단 유형 V’는 초기에 어느 하나의 도형을 특정하지 않고 수 성의 공전 궤도 모양이 원 또는 타원일 것이라는 복 수의 가설을 상정한 후, 작도된 증거를 바탕으로 타 원이라고 판단한 경우에 해당한다.

    다음으로, 수성의 궤도 작도 전후에 제시하였던 여 러 질문들에 대한 학생들의 답변을 살펴보면서 가설 및 증거에 관한 추론 유형을 분류하였다. 선행 연구 에서는 대개 가설 또는 증거 중 어느 하나에 초점을 맞추어 판단한 경우를 대별하고 이를 종종 편향(bias) 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나타내었다(Ha, 2016;Park et al., 1993, 2001). 하지만 인지적인 편향은 일부러 증거나 가설을 왜곡하려 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 라기보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생득적인 성향으로(Ha, 2016), 문제나 상황에 따라 서로 다른 양상으로 발현 된다고 볼 수 있다. 또,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개념 이나 사고의 습관은 항상 제거되어야 하는 잘못된 것이라기보다 장차 학문적인 개념이나 태도로 발전할 수 있는 자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Oh, 2015) 편 향이라는 용어는 다소 부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와 더불어 실제 추론 과정을 살펴보면 사람들은 가 설이나 증거 중 어느 한 쪽에만 전적으로 의존하고 다른 쪽은 무시한다기 보다는 상대적으로 좀 더 큰 비중을 두고 판단하는 쪽이 있다는 것이 더 타당한 해석이라고 볼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선행 연구자 와의 면대면 자문과 이메일 교환 등을 통해 이러한 관점을 확인한 후, 편향이라는 용어 대신 ‘지향’이라 는 용어를 사용하여 서로 다른 추론 유형을 우선 가 설 지향(hypothesis-oriented)과 증거 지향(evidenceoriented) 으로 구분하기로 하였다. 즉, 가설 지향의 추 론은 증거보다는 가설에 상대적으로 더 의존하여 추 론하는 경향을 의미하고, 증거 지향의 추론은 그 반 대의 경향을 의미한다. 하지만 학생들의 보고서를 분 석하는 과정에서 두 가지 유형의 추론을 모두 보이 는 경우 또한 발견되었고 단순히 가설에 대한 진위 여부만을 판단하지 않고 증거를 고려하여 가설을 수 정하는 경우도 다수 발견되어 추론 유형을 좀 더 세 부적으로 구분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결과적 으로 본 연구에서는 가설 및 증거에 관한 학생들의 추론 유형을 A~D의 4가지로 분류하게 되었다.

    먼저, ‘추론 유형 A’는 가설 지향의 추론으로 가설 의 내용을 핵심적인 근거로 삼아 사고하는 것을 뜻 한다. 이때는 가설의 내용에 따라 증거가 무시되거나 왜곡되게 해석될 수 있다. 이와는 달리 ‘추론 유형 B’는 증거의 내용을 근거로 하여 사고하는 증거 지 향의 추론을 의미하는 것으로, 가설의 옳고 그름에 관한 즉각적인 판단이 이루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또, ‘추론 유형 C’는 A와 B 유형의 추론이 함께 드 러나는 경우에 해당하며, ‘추론 유형 D’는 증거 지향 추론에 그치지 않고 증거에 따라 가설에 다소간의 변화를 가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특히 추론 유형 D 에서는 가설에 대한 즉각적인 판단이 이루어지기보다 증거를 통해 제공되는 정보를 적극적으로 반영하여 가설의 내용이 수정되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증거 에 대한 해석에 따라 가설이 더욱 정교하게 발전하 기도 하고 후퇴하기도 한다.

    이상과 같이 학생들의 사고에 관한 유형 분류가 이루어진 다음에는 보고서의 내용을 다시 살펴보면서 그 특징을 보다 자세히 분석하였다. 이때는 수성의 공전 궤도 작도 결과를 상, 중, 하의 수준으로 나누 었다. 이때 ‘상’ 수준은 작도 요령에 따라 수성의 위 치를 부드러운 폐곡선으로 연결하여 태양이 중심을 벗어난 곳에 위치한 것이 비교적 잘 드러나도록 한 경우를 의미한다. 또, ‘중’ 수준은 수성의 위치를 연 결하기는 하였지만 각이 지거나 부정형의 곡선으로 나타낸 경우를, ‘하’ 수준은 태양 주변에 수성의 위 치를 표시하였을 뿐 서로 연결하지 못한 경우를 뜻 한다. 결과적으로 학생들의 수성 궤도 작도는 ‘상’ 수준이 14명(50.0%), ‘중’ 수준이 7명(25.0%), ‘하’ 수준이 7명(25.0%)으로, 이러한 분류는 학생들이 수 행한 증거 기반 추론의 특징을 해석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예를 들어, 수성의 궤도를 잘 작도하지 못한 경우에도 과학적으로 타당한 결론을 도출한 학생들이 있었는데, 이것은 증거의 표면적인 모습보다는 증거 를 해석하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암시하는 것으 로 해석하였다.

    이상과 같은 분석 과정에서는 학생들이 보여 준 추론의 세련된 정도를 섣불리 판단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였다. 이는 본 연구의 취지가 학생들의 과학 관련 오개념이나 사고 과정의 오류를 찾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수행하는 증거 기반 추론의 특 징을 되도록 있는 그대로 살펴보고 그로부터 교육적 인 시사점을 얻는 데 있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분 석 과정에서는 행성 궤도에 관한 탐구 과제에서 학 생들이 보여 준 증거 기반 추론의 특징을 수성의 공 전 궤도 모양에 대한 판단 유형에 따라 정리하고 그 의미를 해석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마지막으로, 상기한 일련의 분석 과정을 통해 얻은 결과를 학생 들의 보고서와 반복적으로 비교하여 타당성을 확인한 후 최종적인 연구 결과를 확정하였다.

    연구 결과

    본 연구에서 행성 궤도의 모양에 관한 학생들의 판단 유형과 추론 유형은 Table 1에 요약적으로 제시 한 것과 같다. 총 28명 중 19명(67.9%)의 학생들이 최종적으로 수성의 공전 궤도 모양을 타원이라고 판 단하였으며, 이 중 10명(52.6%, 28명 중에서는 35.7%)의 학생들이 처음에는 수성 궤도 모양을 타원 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지만 작도 후에는 타원이라고 판단하여 과학적인 사실과 부합하는 결론에 이른 것 을 알 수 있었다. 또, 27명(96.4%)의 학생들이 B~D 유형의 추론을 수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유형은 모두 증거 지향의 추론을 포함하거나 증거를 고려하 여 가설을 수정하는 추론 유형으로, 본 연구의 탐구 과제에서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증거를 기반으로 추론 하였다는 사실을 잘 알 수 있다. 이에 비해 가설 지 향을 포함한 추론 유형(A, C)을 보인 학생들은 3명 (10.7%)이었다.

    Table 1의 전체적인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각각의 판단 유형에 따른 학생들의 추론을 자세히 제시하면 서 수성의 궤도 탐구 과정에서 중학교 영재 학생들 이 수행한 증거 기반 추론의 특징을 살펴보면 다음 과 같다.

    판단 유형 I

    Table 1의 결과와 같이 수성의 궤도 모양에 관하여 I 유형의 판단(타원→타원)을 보여준 학생들은 총 9 명으로, 이 중 8명은 증거를 고려하여 가설을 수정하 는 D 유형의 추론을 수행하였으며 나머지 1명은 가 설 지향 및 증거 지향을 함께 포함하는 C 유형의 추 론을 수행하였다. 추론 유형 C와 D가 모두 증거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포함한다는 점에서 판 단 유형 I에 속하는 모든 학생들이 증거에 기초하여 추론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들이 수성의 궤도를 타원이라고 판단하는 데에는 작도의 수준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즉, 9명의 학생들 중 수성의 궤도를 상 수준으로 작도한 학생은 3명, 중 수준이 4명, 하 수준이 2명으로, 수성 의 궤도를 완성하지 못했거나 부드러운 폐곡선으로 나타내지 못한 학생들도 그 모양을 타원이라고 판단 하였다. 예를 들어, Fig. 2는 S25 학생이 사진을 찍 어 제출한 자신의 작도 결과로서, 태양 주변에 수성 의 위치를 나타내기는 하였지만 각 위치를 연결하여 궤도를 완성하지는 못한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 학생은 보고서를 통해 “원이라면 해를 중심으로 수성 의 점들[의] 거리가 모두 같아야 하는데 달랐다”는 이유로 수성의 공전 궤도 모양을 타원이라고 판단하 였다. 즉, S25는 타원의 수학적인 정의에 따라 자신 이 산출한 증거를 해석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 라서 증거 기반 추론에서는 단순히 증거의 표면적인 모습에 주목하기보다 문제 상황에 적합한 정보를 찾 아내어 증거를 해석하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암 시받을 수 있다.

    판단 유형 I에 속하는 학생들의 추론을 논리적으로 말하자면 연역법을 따라 진행되었다고 할 수 있다. 즉, 수성의 공전 궤도 모양이 타원이라면 어떤 특징 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하고, 증거로부터 그러한 특 징을 확인한 후, 수성의 궤도를 타원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예컨대, 앞서 언급한 S25는 ‘수성의 궤도가 타원이라면 태양으로부터의 거리가 달라야 한다’고 예상한 후, 자신이 작도한 그림에서 그러한 특징을 확인하여 수성의 궤도를 타원으로 판단하였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후건긍정(後件肯定)의 논리 구조로는 가설을 결정적으로 확증할 수 없다(Park et al., 2001). 따라서 이런 경우 과학자들은 다양한 후 속 작업을 진행하게 되는데, 본 연구의 탐구 과제에 서는 학생들이 자신의 가설을 다소간 변경하거나 보 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9명 중 8명의 학생들이 증거를 고려하여 가설의 내용을 수정하는 D 유형의 추론을 보여 주었다. 예를 들어, S6은 초기에 수성의 공전 궤도 모양을 단순히 “타원”이라고만 말하였지만, 작도를 마친 후에는 “타원이지만 원형에 훨씬 가까운 타원”, “생각했던 것만큼 찌그러지지 않았고, 실제로 는 원형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 “살짝 찌그러진 원형” 등으로 표현하여 행성의 궤도 모양에 대한 자 신의 가설을 좀 더 구체적인 것으로 수정, 보완하게 되었음을 보여 주었다. 마찬가지로 S14는 작도 증거 를 통해 행성의 공전 궤도 모양에 대한 자신의 가설 이 더욱 정교화 되었음을 다음과 같은 보고서 내용 을 통해 보여 주었다.

    타원이지만, 아주 길쭉한 모양은 아니고, 원에서 조금 벗어난 것 같습니다. ... 타원 모양의 공전 궤도를 돌았다. 그러나 예 상보다 더 둥근 궤도였다. ... 수성의 공전 궤도가 꽤나 많이 원에서 벗어난 궤도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원에 가 깝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증거를 고려하여 가설을 수정한 것이 모두 과학적으로 타당하다고는 볼 수 없었다. 한 예로, Fig. 3은 S18 학생이 작도한 수성의 궤도 모양을 보 여준다. 이 학생은 수성의 궤도를 부드러운 곡선으로 비교적 잘 나타내었지만 이를 해석하면서 “삐뚤어진 타원 모양”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수성의 질량은 태 양계 다른 행성들에 비해 가벼우며 ... 따라서 다른 행성들의 중력[의] 영향을 받았을 ... 것이다”, “행성 의 공전 궤도에는 항성 외에도 다른 천체와 변인에 의한 영향도 크다고 생각이 달라졌다”고 하여 ‘비뚤 어진 타원 궤도’가 만들어진 원인을 추가하여 자신의 가설을 수정하였다. 이때 ‘비뚤어진 타원’이나 행성의 궤도 모양이 다른 천체의 중력의 영향을 받아 형성 되었다는 내용을 모두 과학적으로 옳은 것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하지만 아직 심화된 지구과학 개념을 학습하기 전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행성의 궤도를 물리적인 힘과 관련짓고 있다는 사실은 이 학생이 장차 본격적인 지구과학 수업을 통해 과학적인 아이 디어로 발전할 수 있는 개념적인 자원(Oh, 2015)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Table 1에서 이미 확인한 바와 같이, 판단 유형 I에 속하는 학생들 중에는 증거 지향의 추 론과 함께 가설 지향의 추론을 함께 보여 준 사례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 학생(S2)은 자신이 작도한 수성 궤도의 모양을 해석하면서 “타원 위에 두 점을 찍었 을 때 그 사이의 거리가 서로 같[다]”고 하였고, 이 때문에 수성 궤도의 모양을 타원이라고 하였다. 하지 만 이것은 ‘두 정점으로부터의 거리의 합이 일정한 점들의 자취’라는 타원의 기하학적인 정의를 잘못 이 해한 것인데다가, 학생의 작도 결과에서는 타원 위 두 점 사이의 거리를 측정한 사례를 발견할 수 없었 다. 따라서 이 학생은 자신이 잘못 이해하고 있는 가 설에 지나치게 의존하여 판단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이 학생은 자신이 작도한 수성 궤도에 대 해 “원 모양에서 ... 살짝 늘린 것 같은 모습”이라고 표현하여 증거의 특성에 기초한 추론을 함께 보여 주었기 때문에 판단 유형 I에 속하는 학생들 중에서 유일하게 추론 유형 C로 분류되었다.

    판단 유형 II

    본 연구에서 수성의 공전 궤도 모양에 대한 판단 유형 II는 처음에는 수성의 궤도가 원이라는 가설을 상정하였다가 자신의 작도 증거를 확인한 후에 타원 이라고 가설을 바꾼 경우에 해당한다. 이는 행성 궤 도의 모양에 대해 잘못 알고 있던 생각이 과학적인 아이디어로 바뀌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 또, 증거 지향의 추론(B 유형)과 증거에 따라 가설을 수정하는 추론(D 유형)을 보인 학생 수가 동 일하여 학생들의 생각의 변화에는 증거가 중요한 역 할을 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이러한 결과는 학생들은 제시되는 증거가 자신의 선개념과 일치하는 경우보다 불일치하는 경우에 좀 더 많은 비율로 증 거에 기초한 반응을 보인다는 Park et al.(1993)의 연 구와 일치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판단 유형 II의 경우에도 증거의 질, 즉 수 성 궤도 작도의 질보다는 증거에 대한 해석이 학생 들의 추론에서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 즉, 총 8명 중 3명의 학생들(S1, S4, S10)은 수성의 궤도를 부드러 운 폐곡선으로 연결하지 못했지만 자신의 증거로부터 타원의 기하하적인 특징을 해석해 내어 수성 궤도의 모양을 타원이라고 판단하였다. 예컨대, S1은 “원의 중심이 태양이 아니었다”라고 하였고, S10 또한 “내 가 생각한 것은 태양을 중심으로 수성이 공전할 것 이라고 생각했는데, 수성의 궤도는 태양을 중심으로 두고 있지 않다”고 하여 행성 궤도의 한 특징을 잘 발견하였음을 보여 주었다.

    판단 유형 II의 학생들 중에 증거가 제공하는 정보 를 고려하여 자신의 가설을 바꾸었던 추론 유형 D에 속하는 학생들의 보고서를 보면, 자신의 가설을 수정 함으로써 행성의 궤도가 타원이 되는 까닭이 나타나 도록 하는 경우가 포함되어 있었다(S1, S9, S10, S11). 이 중 두 학생이 수정한 가설의 내용을 예시적 으로 제시하면 아래와 같다.

    태양의 질량이 한 쪽에 치우쳐져 있기에 태양의 위치에 따라 중력이 다를 수도 있다. ... 태양 이외의 무거운 무게를 가진 행성이 수성을 당겨서 원의 중심에서 벗어난다.(S1)

    처음에는 수성이 운동하는 속력이 일정하다고 생각해서 수성이 태양을 공전하려면 궤도가 원형이여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수 성이 중력을 받으며 속력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원형이 아닌 모양도 가능합니다. 수성의 궤도가 원을 그리면, 수성의 속력, 수성이 받는 원심력, 수성이 태양으로부터 받는 중력이 일정하 여 평형을 이루지만, 수성의 속력의 변화로 수성이 받는 원심 력의 크기가 달라져서 태양과 원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평형 을 이루도록 공전하고 있습니다.(S11)

    이와 유사하게 다른 학생들도 다른 행성의 만유인 력(S10)이나 다른 천체의 영향(S9)을 수성의 궤도가 타원이 되는 원인일 것이라는 새로운 가설의 내용을 제안해 주었다. 앞서 S18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러 한 내용들이 모두 과학적으로 타당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하지만 이 역시 학생들이 본격적으로 행성 의 운동과 궤도 모양에 대해 학습하게 될 때 디딤돌 (stepping stone)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개념이라고 생 각할 수 있다.

    판단 유형 III

    판단 유형 III은 처음에는 수성의 공전 궤도 모양 이 타원이라는 가설을 상정하였다가 자신의 작도 증 거를 확인한 후에는 원이라고 가설을 바꾼 경우에 해당한다. 이러한 결과는 과학적인 개념과 일치하였 던 처음 가설이 작도 후에는 그렇지 않은 것으로 바 뀌었다는 점에서 교수법적으로 숙고해 볼 필요가 있 다. 먼저, 수성의 궤도 모양을 원이라고 판단한 학생 들의 추론 유형들(B, C, D)은 모두 증거를 적극적으 로 고려하는 태도를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추론에 증거가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학생들의 작도 결과는 모두 태양이 중심에 있지 않은 폐곡선, 즉 타원을 암시하고 있었기 때문 에 학생들이 원과 타원을 구분하는데 어려움을 겪었 으며 이것이 이들의 판단에 영향을 미쳤음을 알 수 있었다. 예컨대, Fig. 4는 S26의 작도 결과로, 태양이 중심에서 벗어난 곳에 위치하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증거에 대해 S26은 “원의 중심을 잡았을 때 원의 중심과 원 위의 점들과의 거리가 거 의 같다”고 하면서 자신의 처음 생각을 바꾸어 수성 의 공전 궤도 모양이 원이라고 답하였다. 또, 이와 동시에 “태양의 위치에 대해서는 ‘수성의 공전 궤도 중심에 태양이 있다’[에서] ‘태양의 위치는 한 쪽으로 치우쳐 있다’로 바뀌었다”고 하여 타원의 특징에 관 해서도 일부 언급함으로써 증거를 해석하는 데 혼란 을 겪었음을 보여주었다.

    이와 유사하게 판단 유형 III에 속하는 다른 학생 들도 자신이 작도한 수성 궤도의 겉모습에 따라 최 종적으로 그 모양을 원이라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결 과는 대학생들조차도 지구과학의 맥락에서 타원에 대 한 기하학적 개념을 바르게 이해하거나 활용하지 못 한다는 선행 연구(Shin et al., 2007)의 결과와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따라서 증거 기반 추론에서는 단 순히 증거의 표면적인 특징을 관찰하는 것보다 증거 를 적절하게 해석하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 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판단 유형 III에서는, 이에 속하는 학생들의 수(5명) 를 고려할 때, 앞의 두 판단 유형에 비해 학생들의 추론 유형이 좀 더 다양하다는 점에도 주목해 볼 필 요가 있다. 즉, 판단 유형 III에는 증거에 따라 수성 의 궤도 모양을 원이라고 즉각적으로 결정한 학생들 이 있는가 하면(S20, S22), 어떤 학생들은 증거에 따 라 가설의 내용을 수정하기도 하였고(S26, S28), 증 거 지향과 가설 지향의 추론을 함께 보여준 경우도 있었다(S3). 이 중 S28은 “수성은 직접적으로 충돌이 일어날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궤도가 바뀌는 데에 영향을 줄 것이 적기 때문일 것이다”라고 하여 수성 의 궤도가 원모양을 유지할 수 있는 물리적인 원인 을 찾으려고 하였다. 또, S3은 자신의 처음 생각과 다른 증거가 산출된 까닭에 대하여 아래와 같이 작 도의 기본 가정을 문제시하였다.

    제가 생각한 ... 대전제는 지구 또한 타원형으로 공전하는 것 이었습니다. 하지만 작도에서의 대전제, 즉 기본 조건은 지구 가 태양을 중심으로 한 완전한 원형으로 공전하는 것입니다. 서로의 대전제가 다르니 결과도 다르게 나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더불어 S3은 증거 지향의 추론과 함께 가설 지향의 추론을 함께 보이는 것이 특징적이었다. 이 학생은 자신이 작도한 수성 궤도에 대하여 “평면상에 한 점을 찍고 적당한 원을 그리면 그 원 위에 지구 에서 본 수성[의] 점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원 모양 이라고 판단하였다. 하지만 보고서의 마지막 부분에 서는 “지구가 타원으로 공전하면 수성도 타원으로 공 전합니다. ... 솔직히 수성의 공전 궤도 모양에 대한 제 생각[타원]은 변하지 않았습니다”라고 하여 증거 와 관계없이 자신의 처음 가설을 그대로 유지하는 가설 지향의 태도를 보여 주었다. 또, 이와 같은 이 중적인 추론에는 위에서 언급한 작도의 기본 가정에 대한 의구심이 영향을 미쳤다. 이와 유사하게 앞서 증거를 해석하면서 자신이 겪은 어려움을 솔직하게 기록해 주었던 S26도 “지구는 원에 가까운 타원형으 로 공전하는데 그 차이를 표현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다”는 의견을 추가로 제시해 주었다. 이 같은 학생들의 의견은 행성의 공전 궤도에 관하여 과학적 으로 옳은 선개념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이 탐구 과 제에 대해 합리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의문으로, 이 미 기술한 바와 같이 본 연구에서는 이에 대해 천문 학자로부터 자문을 구한 바 있다. 하지만 학생들이 탐구 과제를 수행하는 동안에는 이러한 의문을 충분 히 해소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고, 이는 비 대면 방식으로 진행된 수업과 학생들이 독립적으로 수행한 탐구 과제의 제한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 지만 이 학생들이 장차 본격적으로 천체의 운동과 공전 궤도 이심률에 대하여 학습할 때에는 이들의 아이디어가 중요한 학습의 자원이 될 것이라고 생각 할 수 있다.

    판단 유형 IV

    수성의 공전 궤도 모양을 초기에 원이라고 생각하 였다가 작도 후에도 역시 원이라고 판단한 IV 유형 의 학생들 중에는 가설 지향의 추론을 수행한 학생 이 한 명 포함되어 있었다(S7). 이 학생은 태양 주변 에 있는 12개 수성의 위치를 부드러운 폐곡선으로 연결하지 못하였고 자신의 보고서에도 “그냥 보면 12각형”이라고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점을 그리면 ... 평면 위의 일정한 점에서 같은 거리에 있 는 점들의 집합인 원이” 될 것이라고 하면서 수성의 공전 궤도 모양을 원이라고 결정하였다. 또, 자신이 작도한 증거에 대하여 “금성의 공전 궤도 보다는 작 은 원 모양으로 공전한다는 제 생각과 일치합니다. ... 원래 생각과 비슷해 별로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라고 반복하여 자신의 본래 가설에 큰 비중을 두어 추론하였음을 보여주었다.

    이 밖에 B 유형의 추론을 보여준 학생들(S12, S17)과 D 유형의 추론을 한 학생(S27)의 보고서에서 는 앞서 살펴보았던 증거 기반 추론의 특징들을 다 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즉, 이들은 모두 수성 궤도를 상 수준으로 작도하여 자신들의 증거가 타원 을 암시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원 모양이라 고 하여 증거를 해석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음을 드러 내었다. 예컨대, S12는 작도 전에 “수성이 공전을 할 때, 태양을 기준으로 일정거리를 유지하며 ... 원과 비슷한 원리로 돌고 있기 때문에” 수성의 공전 궤도 모양이 원이라고 하였다. 그런데 작도를 통해 태양이 중심에 있지 않고 그 모양도 원에서 약간 벗어난 궤 도를 증거로 얻고 난 후에도 “수성이 태양 주위를 돌며 원 모양이라는 것은 일치[한다]”고 하여 자신의 처음 생각을 그대로 확정하였다. 하지만, S12를 포함 한 모든 학생들이 상 수준의 작도를 하였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들이 탐구 과제의 맥락에 맞게 증거를 해석할 수 있도록 교수법적인 안내를 받았다면 수성 궤도의 모양이 원이라는 자신의 처음 가설을 의심하 고 타원 궤도를 생각해 보는 계기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 받을 수 있다.

    수성의 공전 궤도 모양에 대한 판단 유형 IV에 속 하는 학생들 중에서 증거를 고려하여 자신의 가설을 수정한 학생은 S27이 유일하였다. 이 학생은 다른 학 생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이 작도한 수성 궤도에서 “중 심이 태양이 아닌” 중요한 특징을 발견하였음에도 불 구하고 그 증거를 “[수성의 공전 궤도는] 원이라고 할 수 있다. 중심부터 원주의 한 점까지의 모든 길이 가 같다”고 해석하였다. 그리고 연이어 원의 중심이 태양이 아닌 데에는 “태양의 힘이 아닌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하여 천체의 운동에 관여하는 물리적 인 원인을 추가하여 자신의 가설을 수정하는 모습 또한 보여 주었다. 이러한 학생의 태도와 새로운 가 설의 내용은 앞서 수차례 언급한 것과 같이 장차 본 격적인 지구과학 학습을 위한 좋은 자원이 될 것이 라고 생각할 수 있다.

    판단 유형 V

    본 연구에서 판단 유형 V로 분류된 두 명(S21, S23)은 탐구 과제의 초기에 수성의 공전 궤도 모양을 원 또는 타원 중 하나로 특정하지 않고 두 가지 가 능성을 모두 언급한 학생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자신이 직접 수성의 궤도를 작도한 후에는 그 모양 이 타원이라고 하여 과학적인 사실과 일치하는 판단 을 하였다. 이 중 S23은 수성 궤도의 작도 결과가 하 수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래에 인용하는 것과 같이 증거가 제공하는 정보 중에 문제의 맥락에 적 합한 것을 찾아내었고 이를 적절하게 해석하여 수성 의 공전 궤도 모양이 타원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 었다.

    내가 그린 수성의 궤도는 각이 형성이 되며 둥그렇지 않다. 반지름도 일정하지 않다. 원주도 일정하지 않고 타원처럼 불쑥 튀어 나온 곳도 많다. ... 활동을 해 보니 수성의 궤도는 ... 타 원형이란 말이 가장 적절하다고 느꼈다.

    또, 판단 유형 V에 속하는 또 다른 학생으로 S21 은 처음에 수성의 궤도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가설 을 상정하였다.

    태양을 중심으로 도는 다른 행성들과 충돌 없이 계속 공전하 는 것으로 봐서는 조금이라도 각이 있는 궤도는 아닐 것 같습 니다. 만약 각이 있다면 다른 행성들과 이미 충돌했을 것입니 다. 그렇기 때문에 수성의 공전 궤도는 원이나 약간 눌린 타 원의 모양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작도를 마친 후에는 자신이 그린 수성의 궤도를 “한 쪽으로 치우쳐 있는 원”이라 표현하고 “ 수성의 공전 궤도가 완전히 중심이 태양이 아니”라고 하여 타원의 특성을 발견하였음을 나타내었다. 이와 더불어 아래와 같이 수성의 궤도에 대한 자신의 가 설을 좀 더 정교하게 수정하려는 모습 또한 보여 주 었다.

    원이나 약간 눌린 타원의 모양일 것이라고 예상했었는데, 일단 모양만으로는 원에 가깝게 나왔습니다. 하지만 원이란 한 점을 기준으로 같은 거리에 있는 점들로 이뤄진 도형인데, 수성의 궤도 작도에서 확인된 모양의 중심이 태양은 아니라는 점에서 일치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중심이 태양이 아니라 한 쪽으로 치우쳐지는 이유는 행성들의 궤도가 태양이나 다른 행성들 간 의 만유인력과 중력 같은 힘에 의해 한 쪽으로 이동해서 그런 듯합니다.

    이러한 두 학생의 판단과 추론은 문제에 관한 나 름의 확고한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을 때에는 처음 부터 하나의 가설을 가지고 탐구하는 것보다 복수의 가설을 동시에 고려하면서 추론하는 것이 유익할 수 있음을 암시해 준다. 예컨대, 위에 인용한 S21의 사 례에서는 문제에 관한 두 가지 가설을 모두 고려하 는 경우 어떤 가설이 증거가 제공하는 정보에 부합 하는지 판단하는 일이 조금 더 수월해 질 수 있다는 점을 엿볼 수 있다. 즉, 복수의 가설을 가지고 증거 를 토대로 추론할 경우 자칫 편향될 수 있는 사고의 습관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으로, 증거 기 반 추론을 포함한 과학 탐구 활동에 중요한 시사점 을 제공하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논의 및 결론

    지금까지 본 연구에서는 수성의 공전 궤도 모양에 관한 탐구 과제에서 중학교 영재 학생들의 추론 유 형을 수성 궤도에 대한 판단 유형에 따라 살펴보았 다. 앞서 기술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과학에서 증거 기반 추론의 의미와 지구과학 교육을 위한 시사점을 논의하여 결론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과학과의 핵심 역량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 는 증거 기반 추론은 단순히 사고의 기초를 증거에 둔다는 의미라기보다, 문제 상황에 적합하고 학문적 으로 타당한 방식으로 증거를 해석하는 것을 뜻한다 고 볼 수 있다. 본 연구에서 나타난 학생들의 추론의 특징을 살펴보면, 작도 수준과 관계없이 증거를 어떻 게 해석하였는지가 행성의 궤도 모양에 대한 판단에 영향을 미쳤음을 알 수 있다. 즉, 수성의 공전 궤도 를 작도 요령에 따라 잘 작도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모양을 원이라고 해석한 학생이 있는가 하면, 작 도를 완료하지 못했음에도 타원의 기하학적인 특징 중 하나를 찾아내어 수성의 궤도 모양을 타원이라고 판단한 학생들도 적지 않았다. 따라서 원활한 탐구와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작도와 같은 기능 못지않게 증거를 해석하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 고, 이를 위해서는 문제 또는 영역-특이적인 지식을 갖추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암시받을 수 있다. 다시 말해, 자신이 작도한 도형의 어떤 특징에 주목 해야 하는지 이해하고 있는 학생이라면 수성의 궤도 가 타원 모양이라고 판단하는 것이 훨씬 수월하였을 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과학적 사고에서 과학 지식의 중요성을 강조한 여러 선행 연구들을 통해 널리 지 지되고 있다(Ibrahlm et al., 2016;Koslowski, 1996;Kuhn, 2004;Perkins and Salmon, 1989;Zeineddin and Abd-El-Khalick, 2010).

    따라서 학생들이 증거 기반 추론을 통해 과학적 사고력과 탐구 능력, 의사소통 능력 등을 기르기 위 해서는 증거를 타당하게 해석할 수 있도록 해야 하 고, 이를 위해서는 과학 지식에 관한 교육을 소홀히 할 수 없다는 점을 잘 알 수 있다. 지금까지 지식 교 육이 비판을 받아 온 까닭은 학생들이 지식을 암기 하여 시험을 준비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 왔기 때문 이다. 이와는 달리 지식을 자원으로 활용하여 과학적 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을 제공한다면 학생들이 지식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자신의 과학 지식을 더욱 세련되게 발전시키는 보다 의미 있는 학습이 이루어 질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과학 지식을 가르 치는 것이 과학적인 탐구와 문제 해결을 위한 자원 을 얻게 하는 과정이라는 관점의 전환(Oh, 2015)이 필요해 보인다. 이와 더불어 지식 교육과 탐구 경험 을 별도의 것으로 생각하기보다 이들이 함께 이루어 질 수 있도록 하는 교수법적인 방안을 모색하는 일 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둘째, 본 연구에서 학생들이 수행한 추론은 그들이 단순히 증거에 의해 가설의 진위를 판정하는 데 그 치는 것이 아니라, 증거를 고려하여 가설의 내용을 수정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잘 보여 준다. 이는 증 거 기반 추론이 증거와 가설과의 관계를 합리적으로 다루는 역량을 포함한다는 점을 드러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Kuhn(2004)이 제안한 과 학적 사고(scientific thinking)의 세 가지 특징에 주목 할 필요가 있다. 그녀에 따르면, 과학적으로 사고하 기 위해서는 먼저 주장과 증거를 구분할 수 있어야 하며, 증거를 새로운 지식의 원천으로 사용할 수 있 어야 하고, 이론과 증거가 조화를 이루도록 지속적으 로 노력해야 한다. 이 중 이론과 증거의 조화(theory evidence coordination)는 과학적 사고에서 핵심적인 것으로, 이론이나 증거 중 어느 하나에만 의존하여 즉각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것은 이론에 대해 의문을 던지고 상충되는 증거를 찾으려고 노력하며 대안적인 설명을 고려하는 등의 작업을 두루 포함한다. 달리 말하자면, 이론과 증거 의 조화란 이론의 안내를 따라 과학적인 증거를 수 집할 수 있고, 이와 동시에 이론 또한 불완전하고 부 정확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여 증거를 바탕으로 이론을 반박하거나 수정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Koslowski, 1996). 특히 이론과 증거의 조화는 한 순간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탐구의 과정을 따라 계속적으로 이루어져 점차 세련된 이론을 발전시켜 나가는 데 기여한다. 이렇듯 증거 기반 추론이 이론 과 증거의 조화를 포함한다는 사실을 생각할 때, 기 존 과학 교과서의 탐구 활동에서처럼 한 번의 실험 결과나 한두 편의 증거로 가설에 대한 판단을 내리 도록 하는 방식은 재고의 여지가 있다. 이와는 달리 학생들이 과학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탐구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론과 증거의 조화를 경험하도록 하는 방식을 적극적으로 고려해 볼 필요 가 있을 것이다.

    셋째, 증거와 이론과의 조화를 포함한 증거 기반 추론을 통해 문제 상황에 적합한 결론에 이르기 위 해서는 때때로 하나의 견고한 가설보다 복수의 대안 적인 가설을 가지고 탐구를 진행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본 연구에서 일부 학생들이 보여준 모습 은 이러한 추론의 특징을 예시하는 사례가 될 수 있 다. 즉, 탐구 과제를 시작하면서 수성의 공전 궤도 모양을 원 또는 타원 중 하나로 특정하지 않고 두 가지 가설을 모두 생각하였던 학생들이 직접 수성의 궤도를 작도해 본 후에는 그 모양이 타원이라는 과 학적인 사실에 부합하는 결론에 이르게 된 것을 확 인할 수 있었다. 이것은 증거를 기반으로 가설에 대 해 추론할 때 선택할 수 있는 유연한 인지 전략 중 의 하나로서, 지구과학에서 유력한 탐구 방법으로 강 조되고 있는 ‘복수 작업 가설의 방법(the method of multiple working hypotheses)’과 일치하는 점이 있다 (Oh, 2018). 따라서 시스템적인 특징으로 인해 현상 을 설명하는 원인적 과정이 복잡하고 여러 개의 경 쟁 가설들이 동시에 다루어지곤 하는 지구과학 분야 의 탐구에서는 학생들이 복수의 가설을 상정하고 다 양한 증거들을 통해 가설들을 서로 비교하고 평가 ·선택하여 더욱 발전시키는 탐구 활동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상과 같은 내용을 종합해 보면, 학생들이 중장기 적인 과학 탐구 활동을 통해 증거 기반 추론의 주요 한 특징들을 체험하고 이를 통해 과학과의 핵심 역 량을 계발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이렇게 학생들이 증거 기반 추론을 충분히 연 습하는 것은 최근 과학 교육 개혁 문서에서 강조하 고 있는 과학적 실천(scientific practices)에 참여하는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NGSS Lead States, 2013). 왜냐하면 과학적 실천은 분절적인 탐구 기능이나 고정적인 탐구 절차들을 강 조하는 것이 아니라, 지식과 기능을 통합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총체적인 경험을 강조하기 때문이다(Manz et al., 2020;Oh, 2020). 즉, 과학적 실천을 통해 학 생들은 탐구 방법뿐만 아니라 문제 해결에 필요한 과학 지식을 배울 수 있고 다양한 증거들을 수집하 여 이론과의 조화를 끊임없이 시도할 수 있을 것이 다. 또한 여러 가설들의 장단점을 파악하여 유력한 이론을 선택하고 더욱 정교화 해 가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아직 과학 교육 분야에서 과학적 실 천을 중심으로 학교 과학 교육을 실현할 수 있는 절 차나 사례들은 구체적으로 보고되고 있지 않다. 본 연구가 예시하는 것과 같이 지구과학은 이러한 일에 서 선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있다 고 할 수 있으므로 앞으로 지구과학 교육 분야에서 관련 주제들에 관한 선구적인 연구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

    Fig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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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greatest elongation data and drawing template given to stud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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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 student’s (S25) drawing of Mercury’s orb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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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 student’s (S18) drawing of Mercury’s orbit.

    JKESS-42-1-118_F4.gif

    A student’s (S26) drawing of Mercury’s orbit.

    Table

    The analysis result

    Refer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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